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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추천도서

[너만 모르는 진실] 침묵 속에 숨겨진 진실을 마주하다

by 책갈피 요정 2025. 5. 12.

 

💔 무관심은 또 다른 폭력

 

『너만 모르는 진실』은 한 소녀의 극단적인 선택을 중심으로, 그를 둘러싼 무관심과 침묵이 어떤 비극을 불러왔는지를 묵직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윤이라는 이름의 학생이 자살한 지 7개월이 지난 어느 날, 같은 동아리 친구들에게 편지가 도착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편지는 죽은 윤이 보낸 것으로, 그녀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말을 남긴다. 주변 인물들은 처음엔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부인하지만, 한 겹씩 벗겨지는 진실 속에서 독자는 점차 그들의 회피와 방관이 만들어낸 상처를 목격하게 된다. 특히 ‘성규, 우진, 소영, 동호’ 네 명의 시점으로 드러나는 회상과 갈등은, 사건이 단순한 왕따나 괴롭힘이 아닌 무심함에서 비롯된 공동의 책임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누구도 직접적으로 칼을 쥐진 않았지만, 그 칼끝은 윤이라는 한 사람의 생명을 겨누고 있었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 감춰진 진실의 조각들
소설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1부에서는 윤이 남긴 편지를 받은 동아리원들과 그들의 과거가 담담히 풀려나가고, 2부에서는 사건 당일과 그 주변 날들의 이야기가 일자별로 정리된다. 이러한 구성은 마치 퍼즐을 맞춰가는 듯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독자는 점차 사건의 실체에 가까워지며, 각 인물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어떤 선택이 누군가에게는 상처였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구나 진실을 말하지 못했고, 외면했고, 결과적으로는 방관자였다. 이 작품은 단순히 자극적인 청소년 사건을 다룬 것이 아니라, 인간의 나약함과 도덕적 딜레마에 대해 날카롭게 묻는다. 그리고 그것이 청소년만의 문제는 아님을 독자에게 다시금 각인시킨다. 누구나 입을 다물면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이 소설의 핵심이다.
🌧 다정함은 선택이 아닌 책임
작품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사정으로 윤에게서 멀어졌다. 친구라고 생각했던 이들은 진심을 말하지 않았고, 어른들조차 윤의 고통에 눈감았다. 그런데 작가는 이 상황을 '다정함의 부재'로 설명한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관계 속에서 윤이 얼마나 외로웠는지를 짚으며, 조금만 더 따뜻한 시선이 있었다면 윤의 선택은 달라졌을 수도 있었음을 말한다. 여기서 주목할 문장은 "포기하고 싶은 오늘을 견디게 하는 건 약간의 다정함"이라는 표현이다. 너무나 간단하지만, 동시에 너무도 어려운 이 다정함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누구나 쉽게 놓치는 가치다. 그것이 사람을 살릴 수도, 반대로 죽음으로 이끌 수도 있음을 작가는 조용히 말한다. 이 작품은 다정함이 선택이 아닌 ‘책임’이라는 사실을 정직하게 전달하고 있다.
📚 소설이 던지는 질문과 여운
『너만 모르는 진실』은 자극적인 이야기로 소비되길 거부한다. 대신 조용하고 차분한 어조로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은 누군가의 외로움을 알아챈 적이 있나요?" 단지 청소년의 자살을 다룬 작품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사람답게 사는 것’에 대해 묻는다. 김하연 작가는 실제 있었던 경험에서 모티프를 얻었다고 밝히며, 그만큼 이야기 곳곳에서 사실감과 울림이 깊다. 독자는 책을 덮은 후에도 자신이 무심코 지나쳤던 어떤 상황, 누군가의 신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너만 모르는 진실』은 청소년뿐 아니라 부모, 교사, 그리고 지금을 살아가는 모든 이가 읽어야 할 이야기이다. 작은 친절이 누군가의 삶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 소설은, 마지막 장을 넘긴 후에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