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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가장 많은 일이 벌어진 인생

by 책갈피 요정 2025. 5. 13.

스토너

1.문학으로 들어선 한 남자의 인생 전환점

윌리엄 스토너는 미주리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의 권유로 농업을 배우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지만, 운명처럼 영문학의 세계에 빠져 인생의 방향을 바꾼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통해 문학의 깊이를 처음 마주한 스토너는 교수 슬론의 권유로 전공을 바꾸고 학문과 강단의 길로 들어선다. 그의 선택은 단지 전공 변경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여정’의 시작이었다. 학문은 스토너에게 세상과 맞서는 무기가 아니라 조용한 안식처였다. 부모의 기대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삶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그의 결단은 평범한 듯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자아 찾기의 순간이었다. 그는 세상에 대항하지 않았고, 다만 자신이 무엇을 사랑하는지를 깨달았으며, 그것을 따라 삶을 쌓아갔다. 이것이 스토너의 시작이자 작가 존 윌리엄스가 보여주는 ‘삶의 발견’의 서사다.

2.불편한 결혼과 가정, 고독 속의 부드러운 저항

스토너의 결혼은 불행의 서막이었다. 이디스와의 관계는 시작부터 어긋났고, 그녀는 내면의 공허함과 상처를 가족에게 투사하며 서서히 관계를 파괴해간다. 아이를 낳고도 스토너와의 교감을 단절시키며, 딸 그레이스와 아버지의 애틋한 유대를 의도적으로 무너뜨린다. 그럼에도 스토너는 한 번도 격렬하게 맞서지 않는다. 말없이 물러서고, 묵묵히 받아들인다. 누군가는 그를 답답한 인물이라 말할 수 있지만, 그는 침묵 속에서 품위를 잃지 않으며 스스로의 세계를 지켜나간다.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오히려 고통의 공간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스토너라는 인물의 깊은 내면과 도저한 인내를 마주하게 된다. 사랑과 결혼이 항상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어떤 관계든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3.문학과 사랑, 인생의 마지막 온기

삶의 중반을 지나며 스토너는 진정한 사랑을 만난다. 젊은 강사 캐서린과의 만남은 그의 내면 깊은 갈증을 채워주는 위로이자 희망이었다. 하지만 그 사랑은 사회적 시선과 대학의 압력 앞에 오래 버티지 못한다. 스토너는 또다시 침묵 속에서 사랑을 내려놓고, 혼자 남겨진다. 캐서린과의 관계는 도덕적 평가보다도 인간적 연민의 대상이다. 평생을 외롭고 조용하게 살아온 그가 처음으로 감정에 충실했던 시간, 그때야말로 스토너는 살아 있었다. 문학과 사랑이 교차하는 순간은 이 소설의 가장 빛나는 지점이다. 존 윌리엄스는 이 장면을 통해 인간의 정서가 얼마나 복잡하고 다층적인지 보여준다. 사랑은 단순히 감정의 교류가 아니라, 삶의 무게를 나눌 수 있는 동반자 찾기의 여정임을, 우리는 스토너의 조용한 절절함 속에서 배우게 된다.

4.‘넌 무엇을 기대했나’ – 고요한 삶에 대한 성찰

죽음을 앞둔 스토너는 자신에게 조용히 묻는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 질문은 단지 한 인간의 회고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언젠가 마주하게 될 근원적인 성찰이다. 그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은 아니었다. 높은 지위도, 화려한 업적도 없이 대학의 강단에서 조용히 생을 마쳤다. 하지만 그는 자기 자신에게만큼은 정직했고, 사랑을 했고, 학문을 사랑했고, 고통을 품었다. 이 모든 삶의 조각들이 모여 스토너라는 단단한 인간을 만들었다. 작가는 이를 통해 평범함 속의 위대함, 실패처럼 보이는 선택 속의 존엄을 이야기한다. 죽음 직전, 스토너는 마치 처음 만났던 책 한 권을 손에 쥐며 안도한다. 그 장면은 문학이, 삶이, 결국 사랑이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하다. 그의 이야기는 끝났지만, 우리 삶 속 어딘가에서 스토너는 여전히 조용히 살아 숨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