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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추천도서

『첫 여름, 완주』 리뷰 – 고등학생의 여름, 그리고 완주의 의미

by 책갈피 요정 2025. 5. 16.

완주 마을, 풀잎 사이로 여름 햇살이 스며드는 순간. 열매가 찾은 고요하고 따뜻한 치유의 공간

1. 목소리를 잃은 사람, 마음을 되찾는 여정

처음에는 책 제목만 보고 여름방학에 읽기 좋은 가벼운 소설일 줄 알았다. 그런데 《첫 여름, 완주》는 그런 책이 아니었다. 주인공 손열매는 친구에게 배신당하고, 말문이 막힐 정도로 심한 우울에 빠진다. 결국 그녀는 그 친구의 고향인 ‘완주’라는 마을을 찾아간다. 이 마을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열매의 상처가 서서히 드러나고 치유되는 장소다. 자연과 사람,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 공간 속에서 열매는 말없이 많은 것들을 겪는다. 특히 꿈속에서 할아버지와 대화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사랑은 잃는 게 아니여”라는 말이 오래 남았다. 우리는 가끔 너무 쉽게 사랑을 잃었다고, 마음을 다쳤다고 생각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그런 감정이 마음속에 얼마나 깊이 자리 잡고 있는지 아닐까. 이 책은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그런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2. 사람과 사람 사이, 살아 있는 것들의 연결

소설의 중심에는 ‘어저귀’라는 인물이 있다. 처음엔 이름도 낯설고 말도 좀 특이했지만, 읽을수록 묘하게 끌렸다. 어저귀는 인간이라기보단 자연에 더 가까운 존재처럼 느껴졌다. 그는 살아 있는 것들이 살아 있는 것들을 도우려는 마음을 ‘친교적 조력’이라고 설명한다. 처음 듣는 말이지만 이상하게 납득이 갔다. 완주 마을의 사람들은 저마다 아픔이 있고 불편한 현실에 놓여 있지만, 서로를 향한 배려가 있다. 수미 엄마는 병을 앓으면서도 사람들을 도우려 하고, 양미는 아무 말 없이 운동장을 달리며 삶과 싸운다. 모두가 말은 적지만, 서로를 향한 시선만큼은 진지하다. 고등학생인 나에게도 이런 관계가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위안인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가 이 책 전체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3. 내 삶의 여름도 언젠가 완주할 수 있을까

《첫 여름, 완주》는 회복의 이야기지만, 동시에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겪는 ‘여름’을 그린 소설이다. 여름이라는 계절이 가진 뜨거움, 외로움, 그리고 성장의 시간을 그대로 담아낸 듯하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새로운 환경, 낯선 사람들, 바뀐 일상 속에서 나도 자주 지치곤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완주’라는 말이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인생의 구간을 하나하나 잘 지나간다는 뜻으로도 다가왔다. 신해철이 라디오에서 말하듯, “우리는 각자의 몫을 또 완주해야 하니까요.” 이 문장은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았다. 지금 당장은 삶이 엉망처럼 느껴져도, 언젠가는 이 시절도 하나의 여름처럼 기억될 날이 올 거라고 믿고 싶다. 이 책은 그래서 더 의미 있었다. 나처럼 아직 삶의 방향이 명확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 소설은 ‘그래도 괜찮다’는 말을 조용히 건네고 있었다. 지금 우리의 인생 네비게이션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나의 인생 경로는 과연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이렇게 생각해 보면, 늘 불안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이 책은 현재를 살아가는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주는 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