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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추천도서

[스피드] 수영으로 성장하는 청소년 이야기

by 책갈피 요정 2025. 5. 14.

수영과 함께 성장하는 청소년의 이야기, 용기와 우정을 담은 감동 소설.

1. “급발진”이라는 별명처럼, 욱의 성장은 충동에서 시작된다

『스피드』의 주인공 박욱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서 도망치듯 속초로 전학을 간다. 엄마의 재혼 소식은 그의 세계를 흔들어놓았고, 할아버지와 함께 살게 된 바다고등학교에서 그는 우연히 수영부 ‘스피드’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입부의 동기는 단순한 호기심이나 꿈이 아니라, 절친 성수의 ‘꼼수’였다. 수영부 존폐 위기를 막기 위해 욱을 데려온 것이고, 그 속사정을 알게 된 욱은 처음에는 억울해한다. 그러나 빠져나가려 애쓰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물속에서 달라지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반쯤은 강제처럼 시작했지만, ‘욱하는 성격’을 담은 자신의 별명처럼 욱은 수영이라는 낯선 세계로 빠르게 뛰어든다. 그렇게 시작된 충동적인 선택은 점차 자발적인 성장으로 바뀌어 간다. 익숙하지 않았던 수영복의 감촉, 첫 패배의 씁쓸함, 그리고 얕은 질투와 호감이 오가는 인간관계 속에서 욱은 서서히 자신을 직면하게 된다. 이 소설은 단순히 수영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아니라, 방황하던 소년이 물이라는 매개를 통해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성장의 서사이다.

2. ‘스피드’를 지키는 건 기록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다

수영이라는 종목은 철저히 개인의 기록으로 승부가 나는 운동이다. 하지만 『스피드』에서 수영은 단순한 기록 경신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스피드 부원들은 각자의 사연과 약점이 있지만, 하나로 뭉쳐 팀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욱 역시 처음엔 그들의 단합이 불편했지만, 점차 진심이 담긴 훈련 속에서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특히 아버지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부터 그는 수영을 단지 스포츠로만 보지 않게 된다. 금지약물 사건으로 퇴출된 아버지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욱의 여정은, 곧 자신이 누구인지 찾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 이 소설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욱이 처음으로 50미터 대시에 도전하면서 아버지의 일기를 떠올리는 부분이다. “수영은 방향이 정해져 있으니, 속도에만 전념하면 된다.” 이 말은 단지 수영 기술에 대한 조언이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를 담고 있다. 방향을 잃지 않는 것, 그리고 속도를 낼 수 있는 마음가짐. 욱은 이 마음을 통해 진짜 ‘스피드’를 배워간다. 결국 이 작품은 청소년들에게 “결과가 아니라 자신에게 지지 않는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바하전이라는 결정적 시합을 앞두고 팀의 운명이 달린 상황에서도 욱은 ‘꼭 이겨야 한다’는 강박이 아닌, ‘더 나아가고 싶다’는 진심을 품고 물속으로 들어간다. 패배 속에서도 성장한 사람만이 진짜 승리자라는 메시지는, 이 소설이 던지는 가장 따뜻하고 묵직한 울림이다.

3. 미완성이라서 더 아름다운, 지금 이 순간의 청춘

《스피드》는 단지 성장 이야기만을 담은 소설이 아니다. 이 작품은 아직 덜 익은 존재들이 서로 부딪히며 생기는 온도와 에너지를 담고 있다. 감독이 욱에게 건네는 “너는 아직 미완성이야. 그게 네 가능성이야”라는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아직 충분히 실패할 수 있고, 그 실패 속에서 진짜 나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이다. 우리는 종종 뒤처졌다는 느낌에 조급해지지만, 이 책은 그 조급함에 조용히 브레이크를 건다. 성장이라는 길은 정답이 없으며, 지금 잠시 멈춘 것도 결국 다음을 위한 준비라는 걸 일깨운다. 특히 청소년이라는 시기를 ‘한참 흔들리고 있는 시간’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인상적이다. 욱이 수영부에서 겪는 실패와 부상, 그리고 인간관계 속에서의 갈등은 모두 그 시기만의 복잡한 감정을 드러낸다. 하지만 그 혼란은 곧 가능성이다. 욱이 아버지의 그림자를 좇아 수영을 배우고, 스피드를 통해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가는 과정은 지금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도 위로가 된다. 작가 권석은 방송 경험을 살려 생생한 장면 묘사와 리드미컬한 전개로 이야기를 전개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마치 수영 경기장을 눈앞에서 지켜보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스피드》는 단순히 ‘청소년 성장 소설’이라기보다, 삶에서 길을 찾는 모든 이들을 위한 따뜻한 응원가다.